경주 흥륜사지서 황룡사급 대형 법당 흔적 발견

국가유산청, 신라 최초 사찰 터에서 국내 최고 높이 기단 확인

경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여겨지는 흥륜사 터에서 황룡사 금당과 맞먹는 규모의 대형 법당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신라 불교 건축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사적으로 지정된 '경주 흥륜사지' 일대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사찰의 중심 건물인 금당(金堂)의 기단 흔적을 확인했으며, 이는 황룡사 중금당과 견줄 만한 규모라고 밝혔다.

 

흥륜사지는 '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보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가 출토된 곳으로 유명하다. 일부 학자들은 이곳이 635년에 창건된 영묘사(靈廟寺)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발굴 조사에서 드러난 금당의 특징은 상·하층으로 이뤄진 이중 기단과 차양 시설의 흔적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중 기단에 차양칸을 갖춘 금당은 경주에서 황룡사 중금당과 사천왕사 금당을 제외하고는 확인된 사례가 없다"며 "신라 사찰의 금당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금당지 기단의 높이다. 기단석에서 초석까지의 높이가 230cm로, 황룡사 중금당 기단 높이의 두 배에 달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국내에서 가장 높은 기단을 갖춘 사례라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금당 건물은 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최소 3차례 변화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8세기 전반에는 여러 개의 석재를 짜 맞추는 형태의 계단석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9∼12세기에는 넓은 차양 칸을 갖춘 대형 건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삼국시대에 제작된 연꽃무늬 수막새와 지붕 마루 끝을 장식하는 곱새기와 등도 출토됐다. 이러한 유물들은 흥륜사의 오랜 역사와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오전 11시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발견은 신라 불교 건축의 발전 과정과 흥륜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