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직자·기업 수사 제동”… 법무부, 경북지사 사건 ‘시범 적용’ 되나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가 공직자와 기업인의 정책적 판단을 범죄로 몰아가는 수사 관행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직무 수행이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반영된 조치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도 압수수색 사건에 ‘시범 적용’될 가능성에 법조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에 ‘공직 수행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 및 처리 시 유의사항’을 담은 공식 지침을 전달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이번 조치는 공직자 및 기업인의 정상적인 업무 행위를 범죄로 확대 해석하는 수사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침에서 “정책결정과 경영판단이 직권남용이나 배임 혐의로 광범위하게 수사 대상이 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공무원들의 위축된 의사결정과 기업 경영의 위축을 우려했다.

 

이어 “고발이나 진정이 제기되었더라도 법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명백한 사안은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등 수사 실무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번 지침과 직접 연관된 대표 사례로는 최근 논란이 된 이철우 경북도지사 관련 수사가 거론된다.

 

경찰은 지난 24일 이 도지사의 관사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경북도가 2021년 포항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드론 행사에 특혜성 예산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경북도는 "전제가 틀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언론사와 개인적인 접촉이 없으며, 해당 예산은 도지사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정당하게 편성·집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예산은 행사 개최 전해에 포항시의 제안으로 책정됐고, 실제 집행 금액도 요청액보다 40%가량 삭감됐다. 부담 비율 역시 포항시 70%, 경북도 30%로 배분됐다.

 

경찰은 관련 부서 공무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예산 담당 부서를 압수수색했으며, 참고인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도청 공무원들이 2년 넘는 수사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법률 지원과 심리치료까지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조계는 이번 법무부 지침이 경북도 사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책 판단과 행정행위에 대해 범죄 혐의를 적용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내려진 지침이 실제 현장에 적용된다면, 이 사건이 첫 번째 적용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초기에는 이 도지사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재직 시절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예산을 집행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으나, 해당 보도는 현재 삭제된 상태며 도는 내용 자체가 “허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도지사 측은 “2022년 도지사 선거는 경쟁자 없이 단수 공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선거 개입이나 보도 무마라는 동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수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향후 정책 결정에 대한 수사 범위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공직자와 기업인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위축된 행정과 경영 판단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성호 장관은 “무리한 수사로 인해 공직자들이 위축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수사기관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