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이 학교는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로,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교토국제고는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을 맞아 열린 대회의 우승팀이 됐으며,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양 팀 모두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9회까지 득점에 실패했다.
승부는 연장 10회에 갈렸다. 교토국제고가 10회 초 2점을 선취했고,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의 반격을 1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우승 직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이 교가는 학교의 뿌리를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며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본선 1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한 뒤 2차전부터 8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4-0으로 이겼다.
지난 21일 펼쳐진 준결승전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교를 상대로 2점을 내준 뒤 3점을 올리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교토국제고의 이번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1999년에야 야구부를 창단한 이 학교는 규모가 작고 야구부 역사도 짧아 '고시엔'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에서 3,715개 학교가 참가했지만, 본선에 오른 것은 49개 학교에 불과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중·고교생을 합해 약 16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 중 65%가 일본인, 30%가 한국계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다.
이번 우승에 대해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고 적었다.
이번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 결과를 넘어, 재일 한국계 커뮤니티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일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