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 의원, ‘3억~5억’ 발언 파문…포항 정치권 사실상 사형선고?

단수공천 청탁·금품 언급에 시민단체 “의원직 사퇴하라”…포항 보수정치 상징성 뿌리째 흔들

포항 정치권이 전례 없는 충격에 휘말렸다.

 

뉴스타파가 지난 4일 공개한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과 이철규 의원 간 통화 녹음에는 “포항 정치권은 3억~5억으로 매수된다”는 발언과 함께 공천심사위원에게 단수공천을 직접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단순한 막말 논란이 아닌, 포항 보수정치의 신뢰 자체를 뿌리째 흔드는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회장 황진일)는 성명을 통해 “금품 요구와 공천 청탁 의혹은 포항 정치권을 쓰레기판으로 만들었다”며 “시민들은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김정재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불이행 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직접 찾아 탈당조치를 요구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는 단순한 시민단체의 요구를 넘어 지역 정가 전체를 겨냥한 사실상의 ‘사형선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지난 포항시장 공천 과정에도 불을 지폈다.

 

지난 총선 당시 컷오프된 이강덕 포항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조작 의혹이 재차 제기되면서, 김 의원과 이 시장 간 갈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두 사람 간 갈등은 이미 10년 가까이 이어져 왔고, 그 후폭풍은 공천 경쟁을 넘어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사회는 “정치 갈등이 행정 연속성을 무너뜨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성토하고 있다.

 

포항은 한때 한국 보수정치의 ‘심장부’였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역 현안을 전국 의제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은 형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네트워크를 통해 포항을 예산과 국책사업 수혜지로 만들었고, 이 전 부의장은 국회 요직을 두루 거치며 지역 기반을 다졌다.

 

당시 포항 정치의 상징은 ‘안정과 힘’이었다. 중앙당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끌어오는 정치적 영향력이 곧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김정재 의원 등장 이후의 포항 정치는 정반대의 궤적을 보였다.

 

여성 전략공천 지정, 남구→북구 지역구 변경, 단수공천 논란 등 불투명한 공천 과정이 반복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끊임없이 훼손됐다.

 

여기에 청하면 경노당 노인비하 발언, 이번 금품 언급까지 겹치며 ‘신뢰와 영향력’은 사라지고 ‘불신과 구설’만 남았다.

 

지역정가에서는 “과거 포항 정치가 중앙 무대에서 힘을 발휘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전국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포항 지역정치가 구조적 개혁 없이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는 불이행 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직접 찾아가 탈당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예고하며 중앙당 지도부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당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포항 민심의 이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포항 정치권에 사실상 사형선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이상득·이병석 시절 중앙 권력과 직결된 ‘정치적 안정성 프리미엄’을 누리던 포항은 이제 금권 의혹과 공천 갈등으로 얼룩진 ‘정치 불신의 상징’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김정재 의원 개인의 거취와 별개로, 포항 정치 전반의 투명성 회복과 새 판짜기가 불가피하다”며 “시민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포항의 정치사는 과거의 영광이 아닌 실패의 교훈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