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민들의 숙원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되자 지역사회가 거세게 들끓고 있다.
시민단체는 수년간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이 사업을 ‘지역 발전 상징’으로 포장하며 표를 얻었지만, 정작 사업 추진의 핵심 절차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회장 황진일, 이하 연합회)는 13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일만대교 예산 전액 삭감은 50만 포항시민을 기만한 정치적 사기극”이라며 “이 사태를 만든 정치권 인사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영일만대교는 2008년 처음 구상이 공식화돼 포항~영덕 고속도로 해상 횡단 구간에 포함됐다.
그러나 2010년대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교통량과 경제성 논란에 부딪혀 지연됐고, 2016년이 돼서야 국토교통부 중장기 계획에 반영됐다.
2018년 이후 해상 경유 노선 확정을 위한 사전 절차가 시작됐으나, 올해 정부는 ‘노선 최적화’를 이유로 2025년도 예산에서 전액을 삭감했다.
연합회는 “정치인들은 수년간 ‘영일만대교 예산 확보’라는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생색냈지만, 결국 실질적인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치권의 책임론이 거세다.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국민의힘)은 지난해 “영일만대교는 포항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장담했고, 전 김병욱 의원(포항 남·울릉)은 2022년 총선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의 약속은 노선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공허한 말로 끝났다. 연합회는 “지역 정치인들이 영일만대교를 ‘선거용 간판’으로만 써먹었고, 임기 동안은 추진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는 시의회에 “국토부와 노선 협의가 정상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기본적인 노선 확정 절차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연합회는 “시민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정상 추진’이라는 말로 안심시키는 동안, 정부 예산안에서는 이미 사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정부와 정치권에 ▲해상 경유 원안 노선 즉시 확정 ▲2026년 본예산에 건설사업비 반영 ▲포항시·시의회·북구·남구와 지역 국회의원의 공동 추진을 요구했다. “영일만대교를 더 이상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삼지 말고, 구체적 실행과 성과로 시민들에게 답하라”는 경고다.
연합회는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책임자들이 앞에 나와 왜 이 사태가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치권 전체가 시민들로부터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