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사업과 연관됐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히면서 피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으로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구고법 민사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13일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 공동대표 모성은 씨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111명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기록을 검토한 결과 물 주입에 의해 촉발지진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원고들의 주장 중에서 그 과실 부분에 대해서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들이 주장하거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 각 지적한 업무의 미흡 사항은 민사상 이 사건의 지진의 촉발과 관련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이와 같은 업무의 미흡으로 인해 이 사건 지진이 촉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진 피해에 관해서 과실 부분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자료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1심과 정반대의 결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지진 발생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각 4만2천955원부터 2천만원까지 청구했다.
범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포항 지진 위자료 전체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49만9천881명으로, 지진 발생 당시 포항시 인구(51만9천581명)의 96%에 달하는 규모다.
판결 직후 원고 측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판결에 50만 포항 시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즉시 상고하겠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비겁한 정부와 부정한 사법부를 척결하는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 역시 입장문을 통해 "시민 모두가 바랐던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민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포항시는 또한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포항 시민의 법적 권리 회복과 피해 치유를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11월과 2018년 2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