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둔 지난 주말, 포항시 내연사 보경사는 형형색색의 등(燈)과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에서는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사찰에 들러 휴식을 취하거나 경내를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찰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비불교도들도 대부분 경내를 한 번쯤 둘러보는 경향이 늘었다고 한다. 이는 보경사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5월 보경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보경사를 그리다-여행 드로잉', '별빛 응악회', '사찰음식시식회'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연일 행사 준비에 분주한 보경사 탄원 주지스님을 만나 올해 역점사업과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탄원 스님은 보경사의 변화에 대한 칭찬에 "무척 고무적이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그런 얘기를 해주시니까 보경사를 좀 더 좋은 환경으로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스님은 "전통사찰의 고유함을 지키면서 그 한도 내에서 자연과 환경에 어울리게 변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위원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비불교인들의 방문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스님은 "볼거리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만 보고 절을 찾는 사람은 참배를 하러 오는 불교인 외에는 거의 없다"며 "내 집, 내 고향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을 만들어 주려고 주위 환경을 예쁘게, 친환경적으로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경사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17~18일에는 1박2일간 '보경사를 그리다-여행 드로잉', '별빛 응악회', '사찰음식시식회'를 개최하며, 중장년층을 위한 7080음악회도 준비 중이다.
또한 탐방로 개방과 산책로 조성을 통해 일반인들이 절 주위를 산책하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는 장애인과 몸이 불편한 방문객들을 위한 휠체어 접근성 개선 공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어난 것에 대해 스님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장 문제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템플스테이 하러 많이 왔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의 장점으로 강요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냥 인연 따라 오고 가는 것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며 "속박되기 싫어하는 그들에게 '믿으세요'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젊은 방문객들에게 부처님이나 종교 얘기는 일체 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편안하게 쉬었다 가라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면 내 자신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며 젊은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오는 17, 18일 열리는 행사에 대해 스님은 "여행 드로잉은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상관없다. 자기만의 기법과 기술로서 마음으로 그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날 스님들은 삿갓 쓰고 짚신 신고 다녔지만 지금은 운동화 신고 자동차 타고 다니는 것처럼 시대 흐름의 변화에 따라 불교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경사는 여행 드로잉 작품으로 달력을 제작해 신도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품들이 쌓이면 보경사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음악회와 사찰음식시식회에 대해서는 "방문객들에게 뭔가 좋은 추억에 남을 만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세 개 행사를 묶어서 준비했다"며 "음악 선물이 그들에게 위안을 주고 좋은 추억을 제공해 다음에 또 포항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보경사의 역점사업으로는 문화재 보물 지정 추진이 있다. 스님은 "지난달 국가유산청에 적광전 소조 삼존불 보물 지정을 위한 신청을 했다"며 "적광전 부처님 앞에 있는 촛대를 놓는 단상도 보물 지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웅전의 보물 지정을 위한 보고서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보경사에는 보물 8점이 있으며, 스님은 "보물이 더 많이 지정될수록 사찰의 위상과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다"며 "할 수 있는 한도까지 끊임없이 보물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연산 일대를 명승지로 지정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현재 12폭포 중 6개가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지만, 스님은 일주문부터 시작해 보현암, 문수암을 포함한 65만 평 정도 되는 내연산 전체를 명승지로 지정하기 위해 국가유산청, 포항시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용역이 작년 4월에 발주되어 올해 7~8월 중으로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명승지로 지정되면 국가예산을 받아 내연산 환경보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님은 "내연산이 명승지가 되면 보경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 상인, 관광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주민공청회를 두 번 열었는데 주민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