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소재 한동대학교가 포항시로부터 수주한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입찰 공고상 계약 조건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4년 한동대학교는 '시민 실용화 AI플랫폼 구축 및 운영' 사업에 배정예산 9500만원의 99.8%에 해당하는 9490만원을 입찰해 포항시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 시민 실용화 AI플랫폼 구축 및 운영, 다양한 계층 대상 AI 교육, 문화예술 생성형 AI 체험교육, 맞춤형 AI 챗봇 체험교육, 문화예술 AI 경진대회 개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6월 나라장터를 통해 이 사업의 입찰 공고를 냈으며, 당시 공고문에는 '공동수급‧하도급 불가'라는 조건이 명확히 명시됐다.
한동대학교가 제출한 결과보고서의 '추진체계'에 따르면, 한동대 소속 교수 5명으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가 교육과정 운영과 AI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사업을 담당한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동대가 결과보고서와 달리 교육과정 운영 부분 전체를 특정 민간업체(W사, C사, N사)에 외주를 맡겨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도급 불가'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업체가 등기 임원이 중복되거나 평소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특수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한동대가 다수 업체가 아닌 특정 인물 또는 법인에 외주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대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의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에는 한동대학교 외에 W사, C사, N사 등이 함께 주관사로 표기돼 있었다.
2024년 7월 실시된 '문화예술 AI 메탑스 캠프' 교육의 수료증에는 "포항시 주최, 한동대학교와 C사 공동 주관 '문화예술 AI 메타버스 캠프' 교육에 참여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이수했으며"라는 문구와 함께 포항시, 한동대, W사의 로고가 함께 인쇄돼 있었다.
2024년 8월 진행된 해커톤 대회의 세부 일정표를 살펴보면, 행사 리허설을 포함한 진행 일체와 강사 모두 C사가 담당했으며, 한동대 사업추진위원회 소속 교수는 단 1명만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커톤 대회의 참가확인서에도 "한동대학교와 C사가 주관하는"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행사의 공동주관 의혹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실제 행사 진행과 대외 홍보물, 교육 관련 참여 증빙서류 등을 종합해보면, 한동대학교가 교육사업 수행에 있어 제3의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주관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입찰 공고문에서 금지하고 있는 '공동수급‧하도급 불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디지털정책과 담당자는 "한동대에 확인한 결과 외주를 맡긴 것은 사실이나 이를 입찰 공고에 명시된 '하도급'을 준 것이라고 볼 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시를 포함한 복수의 시‧군 계약담당 공무원들은 이 사례에 대해 "하도급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제시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동대학교가 하도급 또는 외주를 맡긴 업체 중 W사가 2024년 6월 이 사업 입찰에 한동대학교와 함께 참여한 경쟁 업체였다는 점이다.
W사는 한동대학교 창업보육센터 입주업체로, 2023년 한동대학교가 포항시로부터 수주받아 수행했던 '문화예술 AI 메타버스 인재양성' 사업에서도 외주업체로 참여한 바 있다.
또한 W사의 등기 이사인 김모씨는 또 다른 외주업체인 C사의 대표이며, 코딩전문학원인 N사는 C사의 블로그에 운영 내용이 함께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특수관계사로 추정된다.
이러한 특수관계로 연결된 외주업체들 중 유일한 법인체인 W사가 한동대의 단독입찰로 인한 계약일정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들러리 입찰 참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대는 제안평가 등의 입찰과정에서 경쟁했던 업체에 사업의 상당 부분을 하도급 또는 외주를 준 것으로, '짜고 치는' 입찰과 계약, 용역수행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동대의 계약금액이 배정예산의 99.8%에 달했다는 점 역시 정상적인 경쟁 입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심케 하는 요소다.
이와 관련해 한동대학교 담당자는 "해당 업체와 교육행사 진행과 홍보 부분에서 외주를 맡겨 진행했다"면서도 "외주를 준 것일 뿐 하도급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